합성생물학은 미생물에게 주문을 넣는 기술이에요
요즘 뉴스에 ’인공 세포’니 ’합성생물학’이니 하는 말이 자주 보이죠. 2026년 7월 한 달에만 세 건이 몰렸어요. 미국에서는 화학물질을 조립해 세포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KAIST는 온도만 바꿔 DNA를 만드는 기술을 내놨고, AI 회사들은 미국 의회에 “DNA 주문에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편지를 보냈어요.
말은 어려운데 알맹이는 하나예요. 미생물에게 주문서를 써주는 일.
그리고 그 주문서로 만든 물건을 우리는 이미 매일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열두 살이 읽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썼어요. 기초가 뭔지, 어디에 쓰이는지, 아직 안 되는 건 뭔지, 왜 지금 규칙 이야기가 나오는지 순서대로 갑니다.
합성생물학이 뭔가요
빵집을 하나 떠올려 볼게요. 빵집에는 반죽 기계가 있고 오븐이 있고 레시피가 있습니다. 기계와 오븐은 그대로 두고 레시피만 바꾸면 다른 빵이 나오죠.
세포가 딱 이 빵집을 닮았어요. 세포 안에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작은 기계가 잔뜩 들어 있는데 그게 효소입니다. 그 기계를 어떻게 만들고 언제 돌릴지 적어둔 레시피가 유전자고요. 레시피를 갈아 끼우면 같은 미생물이 전혀 다른 물건을 만들어 냅니다.
합성생물학은 이 레시피를 사람이 직접 써서 넣어주는 분야예요. 공식 정의는 이렇습니다 — 생명현상을 표준화하고 모듈화해서 새로운 기능의 바이오 부품과 회로를 조립한다(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기능이 이미 밝혀진 유전자를 레고 블록처럼 다뤄 필요한 것만 골라 끼웁니다.

이미지: AI 생성(ChatGPT)
’블록’이라는 말이 중요해요. 블록은 종을 안 가립니다. 개똥쑥의 유전자를 효모에 끼워 넣을 수 있어요. 사람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는 것도 됩니다. 자연에서는 절대 섞이지 않을 조합인데 부품으로 보기 시작하면 섞여요.
어떻게 만드나요
레시피를 한 번에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네 바퀴를 계속 돌려요. 설계(Design)하고, 제작(Build)하고, 시험(Test)하고, 결과에서 배웁니다(Learn). 앞 글자를 따서 DBTL 사이클이라고 부르죠.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를 조금씩 바꿔가며 다시 돌려보는 것과 똑같아요. 다른 점은 한 바퀴가 며칠씩 걸린다는 거예요. 사람 손으로 돌리면 1년에 몇 바퀴 못 돕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이오파운드리입니다. 이 네 바퀴를 로봇이 대신 돌리는 자동화 실험실이에요. 반도체 공장을 파운드리라고 부르는 데서 이름을 가져왔어요. 사람이 스무 개를 시험하는 동안 로봇은 수천 개를 시험합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2029년까지 1,263억 원을 들여 짓고 있어요.
이미 우리가 쓰고 있는 것들
가장 오래된 성공작은 인슐린이에요. 1978년에 미국 연구진이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었습니다. 1982년 10월에는 그 방식으로 만든 인슐린이 FDA 승인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돼지와 소의 췌장에서 뽑아 썼습니다. 지금 당뇨 환자들이 쓰는 인슐린은 대부분 미생물이 만든 것입니다.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도 같은 길을 걸었어요. 원래는 개똥쑥이라는 풀에서 뽑아야 해서 작황에 따라 공급이 출렁였습니다. 제이 키슬링 연구팀이 이 풀의 유전자를 효모에 옮겨 심었어요. 이제 그 효모를 설탕물에서 키우면 약의 원료가 나옵니다. 값도 크게 내려갔고요.
요즘은 화장품과 옷으로도 넘어왔어요. 예전에 동물에서 뽑던 콜라겐을 이제 효모가 만듭니다. 일본의 스파이버(Spiber)는 미생물 발효로 단백질 섬유를 뽑아 옷을 팔고요. CJ제일제당은 미생물이 만드는 생분해 플라스틱 PHA를 늘리는 중입니다. 석유 없이 나일론 원료를 만드는 데 성공한 곳도 있어요. KAIST 이상엽 교수팀입니다.
국내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것도 있습니다. 국민대 박용철 교수팀이 총 222억 원 규모 국책과제를 맡았어요. 2030년까지 미생물로 고순도 비타민과 루테인을 대량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합니다. 루테인은 원래 메리골드 꽃에서 뽑는 성분이에요. 꽃밭 대신 발효 탱크에서 얻겠다는 거죠.
요즘 뉴스에 나온 두 가지
첫째는 인공 세포 ‘스퍼드셀’ 입니다. 미네소타대 케이트 아다말라 교수팀이 2026년 7월에 공개했어요. 살아 있는 세포에서 부품을 떼어 온 게 아니에요. 화학물질만 조립해 만들었습니다. 효소 36개와 9만 염기쌍짜리 유전정보를 플라스미드 7개에 나눠 담고 지방막으로 감쌌어요.
이 세포는 자라고, 유전자를 복제하고, 분열합니다. 연구팀이 일부 세포의 유전자를 바꿔 넣었더니 더 빨리 자라는 놈이 나왔고 5세대 만에 원래 세포를 밀어냈어요. 다만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입니다. 밖에서 영양분을 받아야 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도구를 스스로 못 만들거든요.
둘째는 KAIST의 온도 기반 DNA 합성 기술이에요. 이름은 TEMPER입니다. DNA를 머리핀처럼 접어두면 특정 온도에서만 펴져요. 이 성질을 이용해 시험관 하나에 여러 종류를 넣고 온도만 순서대로 바꾸면 원하는 DNA가 나옵니다. 값비싼 화학 시약도 장비도 필요 없어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26년 7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이 기술로 만든 물건 하나가 재미있습니다. ’온도 블랙박스’라는 건데 전원 없이 물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작동해요. 백신이 배송되는 동안 몇 도에 얼마나 있었는지를 DNA 서열에 기록해 둡니다.
그런데 왜 아직 세상이 안 바뀌었나요
실험실 플라스크에서 되던 것이 공장 탱크에서는 안 되거든요.
연구자들은 이걸 ‘죽음의 계곡’ 이라고 부릅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아픈 대목이에요. KAIST 이상엽 교수팀이 2026년 5월 논문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원료비·발효공정·정제비용·시장규모를 처음부터 같이 계산해야 한다고 짚었어요.
거미줄 섬유가 좋은 예입니다. 지속가능한 옷감으로 오래 기대를 모았는데 상용화는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거미줄 단백질이 인슐린보다 훨씬 덩치가 크거든요. 큰 단백질을 만들라고 시키면 미생물이 감당을 못 하고 생산량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지금 세상에 실제로 나와 있는 것은 대부분 작은 분자입니다. 약, 비타민, 향료, 화장품 원료처럼요. 요즘 연구팀들이 AI를 끌어들이는 것도 이 계곡을 건너려는 시도예요. 옷감이나 건축 자재 같은 큰 소재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위험하지는 않나요
2026년 6월에 조금 뜻밖의 일이 있었습니다. 오픈AI·구글 딥마인드·앤트로픽·마이크로소프트 AI 같은 AI 회사들이 미국 의회에 공동 서한을 보내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합성 DNA와 합성 RNA를 주문할 때 심사를 거치게 하고 누가 샀는지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연방법을 만들자는 내용입니다.
기술을 파는 쪽이 먼저 규칙을 요구한 이유는 문턱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복잡한 생물학 실험 절차를 아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었는데 생성형 AI가 그 과정을 안내해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좋은 목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쉬워진 만큼 나쁜 목적으로 쓰려는 사람에게도 쉬워졌어요.
AI 업계가 미국 정부에 규칙을 요구한 사례는 이것 말고도 있어요. 7월 말에 나온 AI 개발 ‘속도 조절’ 서한도 비슷한 자리에 있습니다. 그쪽은 AI 회사 직원들이 서명한 성명이었고요.
미국 의회에서는 ’생물보안 현대화 및 혁신법(S.3741)’과 ’핵산 표준 및 생물보안법(H.R.3029)’이 논의 중입니다.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고 논의 단계예요. 한국 기업도 미국에 수출하려면 심사 인증 요건을 맞춰야 할 수 있어서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는 논쟁은 “이걸 만들까 말까”가 아니에요. 이미 40년 넘게 만들어 왔고 우리가 그 결과를 쓰고 있습니다. 진짜 질문은 누가 주문서를 써도 되는가 쪽으로 옮겨 왔어요.
한 번에 정리하면
- 합성생물학 — 유전자를 레고 블록처럼 다뤄 미생물에게 “이걸 만들어 줘”라고 주문서를 써주는 분야입니다
- 어떻게 — 설계·제작·시험·학습(DBTL) 네 바퀴를 반복해요. 이걸 로봇이 대신 돌리는 자동화 실험실이 바이오파운드리예요. 한국도 2025~2029년 1,263억 원 규모로 짓고 있습니다
- 이미 쓰는 것 — 인슐린(1982년 FDA 승인), 말라리아약 아르테미시닌, 재조합 콜라겐, 생분해 플라스틱 PHA, 미생물 단백질 섬유
- 최근 소식 — 화학물질로 조립한 인공 세포 스퍼드셀, 시약 없이 온도만으로 DNA를 만드는 KAIST의 TEMPER
- 아직 안 되는 것 — 실험실과 공장 사이의 ‘죽음의 계곡’. 큰 단백질 소재는 수율이 안 나옵니다
- 규칙 — AI 기업들이 먼저 합성 DNA 주문 심사 의무화를 요구했고 미국에서 법안 2건이 논의 중입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제일 인상적인 게 인슐린이라고 생각해요. 1982년에 승인된 기술이 40년 넘게 조용히 돌아가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은 그게 미생물이 만든 것인 줄도 몰랐거든요. 지금 뉴스에 오르내리는 인공 세포도 언젠가 그렇게 티 안 나는 자리에 가 있을 겁니다.
참고한 기사
- 데일리안 — 시약 없이 온도만 바꿔 DNA 합성…KAIST, 세계 첫 원천기술 개발
- 문화일보 — 먹고 자라고 유전자 복제까지… 화학성분으로 만든 ‘인공세포’
- 전자신문 — “영양 섭취·복제에 생존 경쟁까지”…자연 세포 같은 ‘인공 세포’ 최초 개발
- 헤럴드경제 — 화장품·섬유·연료까지…진화하는 ‘산업용 GMO’
- 한국강사신문 — 카이스트 이상엽 교수팀, “미생물 화학공장 시대 성큼”…AI 기반 바이오제조 산업화 전략 제시
- 약업신문 — AI 기업들이 먼저 “합성 DNA 규제” 촉구…미국 바이오안보 입법 본격화
- 스마트경제 — “미생물이 비타민·루테인 찍어낸다”… 국민대, 222억 대형 바이오 국책과제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BioIN) — 합성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