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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없이 충치를 멈춘다는 그 액체 — 830명 3상 결과는 '절반'이었고, 이는 검게 남아요

아이 어금니에 구멍이 났는데 아직 세 살이라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말, 들어본 부모가 적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지난 27일 미국에서 임상 결과가 하나 나왔어요. 드릴도 주사도 없이 붓으로 몇 초 발라 충치를 멈춘다는 거예요. 새로 발명된 기술은 아니고요, 효과는 절반쯤이고 대가는 검게 남는 이예요. 확정된 숫자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갈라서 정리해볼게요.

이미지: AI 생성(ChatGPT)

새로 발명된 약이 아니라 미국 근거가 생긴 거예요

이번에 화제가 된 물질은 은 불소, 정확히는 은 디아민 플루오라이드(SDF)입니다. 일본에서 니시노와 야마가 두 연구자가 불소와 은 이온을 함께 쓰는 방식을 만들었고 첫 제품인 사포라이드가 1970년에 승인을 받았어요. 1970년대 일본은 아이들 충치가 흔한 데 비해 치과의사가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동네 치과가 이걸 폭넓게 썼습니다. 1990년대 들어 충전 재료와 기술이 좋아지면서 정작 일본에서는 잘 안 쓰게 됐고요.

지금도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영국, 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승인해두고 있습니다. 태국은 중증 유아기 충치에 반년마다 도포하도록 지침에 넣고 보편적 의료보장 항목으로 관리해요. 몽골은 국가사업으로 아동 한 명당 21~46달러를 배정했고요. 미국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2014년에 FDA 승인을 받긴 했는데 그 대상이 21세 이상 상아질 지각과민이었고 충치를 멈추는 용도는 지금까지 오프라벨, 그러니까 허가 외 사용이었거든요. 2016년에 충치 정지 용도로 혁신치료 지정을 받긴 했지만 그건 심사를 빨리 해주겠다는 뜻이지 승인이 아니에요.

이번 소식의 실체는 이렇습니다. 반세기 쓰던 약이 드디어 미국 인구를 대상으로 3상 근거를 갖췄어요.

헷갈리기 쉬운 38%, 이건 효과가 아니라 농도예요

기사 제목에 붙은 38%를 성적표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그건 시험에 쓴 은 불소 용액의 농도예요. 실제 성적은 따로 나와 있고요.

미시간대가 이끌고 뉴욕대와 아이오와대가 함께한 3상 시험은 2018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돌았습니다. 생후 12~71개월 아이 830명을 모아 절반에게는 38% 은 불소를, 절반에게는 파란 색소를 탄 증류수를 발랐어요. 위약 대조 설계라 어느 쪽을 받았는지 아이도 검사자도 몰랐어요. 미국 국립치의학두개안면연구소가 1,200만 달러 넘게 댔고요.

주요 지표인 6개월 시점 충치 진행 정지율은 은 불소가 54.0%, 위약이 22.5%로 갈렸습니다. 차이는 31.5%포인트예요. 3개월에는 57.5% 대 18.8%, 8개월에는 50.2% 대 17.4%로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내려갔어요.

위약을 바른 쪽에서도 다섯 중 하나쯤은 저절로 멈췄어요. 830명 중 끝까지 남은 아이는 584명, 70%였고요. 같이 봐야 할 값이 이 둘이에요. 통증은 두 군에서 차이가 없었고 이상반응은 은 불소군 47.3%와 위약군 43.3%로 비슷했어요. 중증으로 분류된 사례는 전체 4건, 0.6%에 그쳤습니다.

대가는 분명해요, 이가 검게 남습니다

은이 상아질에 침착하면서 충치 부위가 까맣게 변합니다. 부작용으로 분류되기 전에 작동 방식 자체에 딸린 결과라 되돌릴 수가 없어요. 38% 농도에서 검게 변하는 비율은 연구에 따라 66~76%로 보고돼요.

부모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따로 조사한 연구를 보면 앞니보다 어금니, 영구치보다 유치일 때 수용도가 뚜렷하게 높았어요. 눈에 띄는 건 그다음입니다. 이전 진료에서 아이가 협조하지 못했던 부모일수록 훨씬 잘 받아들였더라고요. 앞니가 검어지는 게 싫긴 해도 진정이나 전신마취를 피할 수 있다면 그쪽을 택하겠다는 거죠.

색을 없애보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은 불소를 바른 직후 요오드화칼륨을 덧발라 노란 아이오딘화은으로 바꾸는 방식이죠. 무작위 임상에서 30개월을 추적했더니 은 불소만 바른 쪽과 차이가 없었어요. 빛을 받으면 아이오딘화은이 분해되면서 은이 다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선 검은색을 감수하거나 그 위에 충전재를 덮는 쪽이 현실적이에요.

그럼 누구한테 남는 거래인가요?

연구를 이끈 마르게리타 폰타나 미시간대 교수는 아주 어린 아이, 고령자, 발달이나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 치과 공포가 심한 환자를 먼저 꼽았습니다. 통상적인 치료를 견디기 어렵거나 치과에 닿기 어려운 쪽이에요. 미국에서는 아이 충치가 방치되면 응급실을 거쳐 전신마취 수술로 이어져요. 메디케이드 기준으로 병원 전신마취 치료비가 한 건에 약 2천 달러대로 보고됩니다. 몇 초짜리 도포와 견줄 금액이 아니죠.

유치라는 조건도 큽니다. 어차피 빠질 유치라면 검게 남는 기간이 몇 년으로 끝나고 그 사이 통증과 감염을 막는 편이 낫거든요. 폰타나 교수는 “아주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입니다, 만 1세 아이에게도요”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말이 모든 충치에 이걸 먼저 쓰자로 읽히면 곤란해져요.

저는 이 거래가 남는 쪽이 생각보다 좁다고 봅니다. 얌전히 앉아 치료받는 아이라면 굳이 검은 이를 만들 이유가 없고 반대로 마취하지 않으면 입을 못 여는 아이에게는 이만한 선택지가 없거든요.

그럼 이제 바로 받을 수 있나요?

FDA 승인은 아직입니다. 이번 시험은 제조사가 충치 치료제로 허가를 신청할 때 낼 임상 근거를 만든 단계고요. 공동연구자인 뉴욕대 암르 무르시 교수는 오프라벨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혁신이라며 승인이 되면 보험 지급과 제품 품질 관리가 함께 정리될 거라고 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은 그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죠.

미국소아치과학회는 2017년부터 유치 충치 정지에 38% 은 불소를 권고해왔습니다. 다만 조건부 권고이고 근거 수준은 낮음으로 표기돼 있어요. 은 화합물 알레르기가 있으면 쓰지 않고 착색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못 박아뒀습니다.

남은 물음도 뚜렷합니다. 이번 추적은 8개월까지였고 그 뒤로 얼마나 유지되는지는 답이 없어요. 재도포 주기도 연구마다 제각각이라 표준이 서지 않았고요. 어린아이에게 은을 반복 노출했을 때 구강 미생물에 무엇이 쌓이는지도 장기 연구가 비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은 불소는 구멍을 메우지 않습니다. 진행을 멈출 뿐 파인 자리는 그대로 남아서 학회도 종합적인 충치 관리의 일부로 쓰라고 적어뒀어요.

한 번에 정리하면

  • 무엇 — 은 불소(SDF). 1970년 일본에서 첫 승인, 미국에서는 2014년부터 지각과민 의료기기로만 승인돼 충치에는 오프라벨로 쓰였습니다
  • 이번 결과 — 미시간대 주도 3상, 생후 12~71개월 830명, 6개월 정지율 54.0% 대 위약 22.5%
  • 한계 — 완료율 70%, 8개월에 50.2%로 감소, 추적은 8개월까지
  • 대가 — 충치 부위 영구 착색(66~76%). 색을 되돌리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 어디에 — 전신마취나 진정이 부담인 영유아, 장애가 있는 사람, 치과 공포 환자, 그리고 유치
  • 아직 — FDA 충치 치료제 승인 전, 장기 지속성과 재도포 주기 미정, 구멍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 결과가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치료를 아예 못 받던 아이들 몫이 조금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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