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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는 왜 떴을까 — '거제 야호'가 밈을 넘어 문화현상이 된 이유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디선가 “거제 야-호!” 하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리고 2년 전에 나온 노래 한 곡이 갑자기 멜론 차트 정상에 올랐고요.

주인공은 리센느(RESCENE)예요. 2024년에 데뷔한 5인조 걸그룹인데, 대형 기획사가 아닌 작은 회사에서 나온 이른바 ’중소돌’이죠.

그런데 이 인기, 노래가 밈이 돼서 반짝 뜨는 흔한 역주행하고는 결이 좀 달라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왜 이걸 두고 ’리센느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지 하나씩 짚어볼게요.

출처 = AI 생성 이미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시작은 원이라는 멤버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었어요. 채널 이름부터가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인데, 지난 2월 첫 영상을 올린 뒤 몇 달 만에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지금은 100만 명을 넘겨서, 심지어 팀 공식 채널 구독자 수까지 추월했고요.

결정타는 원이와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도로 여행을 가서 찍은 영상이었어요. 진한 화장에 과감한 스타일, 이른바 ‘갸루’ 분장을 하고 차 안에서 거제 시민들을 향해 “거제 야-호!“를 외치는 장면이 밈이 돼서 온라인을 휩쓸었죠. 거제 사투리와 멤버들의 케미가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은 이 조합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밈은 곧바로 음원으로 옮겨붙었어요. 2024년 8월에 발매된 ’LOVE ATTACK’이 약 2년 만에 멜론 TOP100 정상에 오른 거예요.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같은 다른 차트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요. 발매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곡이라, 이 역주행이 더 극적으로 다가왔어요.

왜 하필 리센느였을까요

사실 밈이 될 만한 장면은 매일 수십 개씩 만들어져요. 그중 대부분은 하루 이틀 웃고 지나가죠. 그런데 리센느는 왜 여기서 멈추지 않았을까요.

저는 ’언더독’이라는 단어에서 답을 찾게 되더라고요. 리센느는 큰 회사의 자본 없이, 열정 하나로 한 계단씩 올라온 팀이에요. 그 모습에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겹쳐 봤어요. 회사에서, 학교에서,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게 버텨온 스스로를요.

거제 사투리도 한몫했어요. 세련되게 다듬은 서울말이었다면 이만큼 와닿았을까요. 투박하고 정겨운 지역 말투라서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졌어요. 완벽하게 포장된 아이돌은 아니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어서 더 사람 같죠. 사람들이 리센느에게 마음을 연 건 그 빈틈 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

’갸루’까지 다시 불러온 파급력

리센느가 만든 파도는 음원 차트에서 멈추지 않았어요. 미나미의 ‘거제 야호’ 밈을 타고, 1990~2000년대 일본 시부야에서 유행하던 ‘갸루’ 문화가 통째로 소환됐거든요. 갸루는 진한 아이 메이크업에 밝은 염색머리, 미니스커트와 통굽 신발처럼 기존의 미적 기준을 대놓고 벗어나는 스타일이에요.

이게 뷰티·패션업계로까지 번졌어요. 한 조사에 따르면 5월부터 6월 중순 사이 ‘갸루’ 검색량이 1년 전보다 141% 늘었고, 글리터 슈즈나 핫핑크 상의처럼 갸루와 맞닿은 아이템 검색도 몇 배씩 뛰었대요. 배우 이민정과 박한별, 가수 강남, 모델 한혜진 같은 이들도 갸루 메이크업 영상을 잇달아 올렸고요.

물론 이 대목은 조금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어요. 업계가 밈에 올라타 상품을 파는 건 늘 있던 일이고, 유행은 다음 계절이면 식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걸그룹 하나가 잊혀 있던 하위문화를 되살리고 사람들의 지갑까지 움직였다는 건, 그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기도 해요.

흔한 역주행과 뭐가 다른가요

여기서부터가 핵심이에요. 예전의 역주행은 대개 ‘노래가 먼저 밈이 되고, 그 덕에 가수가 알려지는’ 순서였어요. 그런데 리센느는 반대예요. 멤버와 팀이 먼저 사랑받았고, 그 애정 덕분에 저평가돼 있던 노래의 가치까지 다시 올라갔어요.

말하자면 사람들은 ’LOVE ATTACK’이라는 노래를 소비한 게 아니라, 리센느라는 팀을 응원하다가 그 노래에 도착한 거예요. 순서가 뒤바뀌었어요. 이건 곡의 완성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사람들이 팀을 향한 마음으로 차트를 움직였으니까요.

그래서 이걸 ’리센느 현상’이라 불러요

이 지점에서 ’리센느 현상’이라는 말이 나와요. 리센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팬들은 이 팀을 이미 다 만들어진 스타로 대하지 않아요. 완성된 결과물을 즐기기보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팀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를 곁에서 지켜보려 하죠. 상품처럼 골라 소비하던 자리에서, 한 사람의 성장을 응원하고 축복하는 보호자에 더 가까운 자리로 옮겨간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그동안 타인의 성공을 응원하기보다 나와 비교하는 데 더 익숙했잖아요. 남이 잘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고, 어딘가 마음이 복잡해지곤 하죠. 그런데 리센느를 향한 반응에는 그 비교의 그늘이 옅어요. “네가 잘돼서 나도 좋다”는 응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퍼진 게, 요즘 세상에선 꽤 드문 장면이거든요.

그사이 리센느의 무대도 넓어지고 있어요. 2026년 6월엔 K팝 그룹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정부 지원 사업에 이름을 올렸고, 크림 같은 플랫폼과 협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밈에서 시작한 인기 덕분에 산업의 문도 하나씩 열리고 있어요.

마무리

물론 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밈은 휘발성이 강하고, 언더독이라는 서사도 팀이 커질수록 옅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리센느 앞에 놓인 진짜 시험은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요. 리센느는 노래 한 곡으로 반짝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법을 잠깐이나마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거제 야-호” 그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웃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팀이 해낸 일은 충분히 특별하고요. 지금처럼 자기들만의 속도로, 한 계단씩 더 멀리 올라가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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